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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바란다: 국격에 맞는 언어정책
말은 곧 인격이다
기사입력: 2021/12/22 [11:42]  최종편집: ⓒ TOP시사뉴스
신부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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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바란다: 국격에 맞는 언어정책

 

대한민국은 최근 정부의 실정과 폭정으로 국민이 도탄에 빠져 있다. 많은 기업이 쇠하거나 국외로 탈출하고 젊은이들은 취직,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로 전락했다. 그 와중에도 나라 발전의 싹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다행이다. 대중문화의 눈부신 발전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고 반도체, 조선, 화학 등 전통적 고급 기술 산업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산, 건설, 농업 등도 새로이 두각을 나타내며 국위를 선양하는 분야다. 마침 다가오는 대선에서 부정 선거만 막아 내면 정권 교체와 함께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회복되고 대외적으로도 미·중 패권 다툼에서 지정학적 강점을 가진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선 천 년 만의 호기라고도 한다. 바야흐로 우리의 재도약이 눈앞에 전개되려는 참이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의 특징은 첫째, 4차 산업 가속화, 둘째, 친환경화, 셋째,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 재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도약을 확실히 보장하려면 이들 세 분야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급변하는 시대인 만큼 당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 국력 신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대표적인 예가 언어다. 언어는 나라 간에 흐르는 혈액으로, 국제 활동의 증가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우리는 건국 이후 이렇다 할 언어정책을 수립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설령 있었더라도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를 초래하지 않았을까? 가장 애석한 것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위축된 한글 표기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한글로는 세계 양대 언어인 영어와 중국어 발음조차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다. 우리가 일본인 다음으로 영어를 못한다는 평을 듣고, 중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해 배우는 것도 그래서다. 훈민정음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께 뭐라고 핑계 댈 것인가. 게다가 한자를 멀리하는 정책으로 5000년의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도 없게 됐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전체 신생아의 6%에 이르고, 그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는데도 이들을 위한 마땅한 언어정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언어정책을 택해야 할까? 첫째, 우리말과 글을 국제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 특히 훈민정음의 표기 기능을 회복시켜 어떤 언어도 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컴퓨터와 접목시켜 모든 언어를 한글로 입력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세계의 언어 대부분이 로마자로 입력되고 있지만 그 방법이 언어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한글 의 발음을 일본어에서는 ‘j’로 나타내지만 중국어는 ‘j’‘z’를 선별적으로 쓴다. ‘‘zong’으로, ‘‘jiang’으로 표기가 서로 다르다. 한글로 적는다면 이런 혼잡을 피할 수 있다. 한글은 마치 녹음기처럼 소리를 국적별로 차별하지 않는다. 한글이 세계의 공용 문자로 채택되기에 최적화된 글이란 얘기다. 아울러 한국어의 국제화도 서둘러야 한다. 예컨대 공대말의 쓰임새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문법은 쉽게 고치는 등의 노력으로 외국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우리 국민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높여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국민이 대개 4~5개 언어를 말할 수 있어 외국인과의 소통이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 우리도 최소한 영어와 중국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이 두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일본, 러시아, 베트남, 몽골 등 이런저런 관계가 깊은 나라들의 언어 학습을 권장하는 제2외국어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 참고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캐나다 등은 진작부터 공용어를 쓰고 있고, 일본도 공용어 정책을 확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EU)은 공용어가 24개나 되고 중국은 소수민족들 언어도 공용어로 지정해놓고 있다.

 

셋째, 언어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언어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언어산업은 통번역이 주를 이루지만 교육, 각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번성하고 있다. 각국은 지구촌 개방화에 따라 급속히 발전하는 언어산업을 경쟁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열강은 국가가 직접 언어산업연구원을 여러 곳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언어산업이란 어휘가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고 인터넷 검색조차 안 되는 형편이다. 세계 6대 무역국인 우리나라는 언어시장 규모가 어느 나라 못지않게 크지만 거의가 외국 회사에 점유돼 있다. 앞으로 새로운 언어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은 필연적으로 언어산업 중심국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언어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몇 달 있으면 들어설 새 정부는 과거의 쳇바퀴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언어정책도 핵심 어젠다의 하나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필자소개

  

신부용 (shinbuyong@kaist.ac.kr)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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